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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마음의 건강은 부모 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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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11-12-22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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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다섯 명 가운데 한 명은 마음의 병을 앓고 있다. 요즘 아이들 대부분은 빡빡한 일정과 과도한 스트레스 속에서 하루를 산다. 그런 점에서 정신적 질병에 시달리는 아이들이 이렇게 많다는 사실에 놀랄 것도 없다. 아이를 잘 키우려면 아이의 신체적인 건강 이상으로 정신적인 건강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어쩌면 그 다섯 명 중에 한 명이 우리집 아이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마음의 병이 한 아이에게 끼치는 영향은 심각하다. 엄마, 아빠, 친구들과의 관계가 좋지 않고, 불안하고 우울하며, 자신감은 땅에 떨어지고, 아무 일에도 집중할 수가 없다. 겉모습은 멀쩡해 보이기 때문에 버릇없고, 말 안 듣고, 늦된 아이로 받아들여지지만 사실 아픈 아이다.

감기에 걸린 아이가 콧물을 흘리고, 기침을 한다고 해서 이상한 아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마음의 병에 걸린 아이 역시 이상한 아이가 아니다. 흔히 정신과 질환이라고 하면 부모들 대부분은 매우 불편하게 느낀다. 그런데 신체적 질병이나 정신적 질병이나 치료해야 하는 질병이라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다를 게 없다. 가벼운 감기나, 고열처럼 그냥 내버려둬도 낫는 병이 있는가 하면 천식, 아토피성 피부염처럼 지속적인 치료와 관심이 필요한 병이 있다. 마음의 병이라고 해서 특별히 심각하게 받아들일 것도 없지만 아무렇지 않게 넘겨서도 안 된다. 신체적 질병과 똑같은 관점으로 바라보면 된다.

 


정상과 비정상을 판단하는 기준


신체적인 이상은 쉽게 확인할 수 있지만 정신적 이상은 성장 과정에 대한 지식과 세밀한 관찰이 있어야 알아챌 수 있다. 행동의 변화, 언어표현, 사회성, 학업수행 능력 등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정상인가 그렇지 않은가를 판단할 대 정상적인 발달과정을 직접 옆에서 본 경험은 많은 도움이 된다. 하지만 요즘은 외동딸, 외동아들을 둔 가정이 많아서 판단 기준을 자연스럽게 습득할 만한 기회가 잘 생기지 않는다.

우리 아이가 정상인가, 비정상인가를 판단할 때는 가장 먼저 병적인 증상이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병적인 증상은 항상 과도하고 지속적인 형태로 나타난다. 허리가 심하게 아프고 오랫동안 고통이 가시지 않으면 허리 디스크를 의심하는 것처럼 마음의 고통 역시 그렇다. 우울하고 불안한 기분 때문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그러한 상태가 오래간다면 마음에 뭔가 문제가 생긴 것이다.

남들과 비슷한가, 그렇지 않은가 역시 정상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기준이다. 사춘기를 맞으면 그전과는 달리 우울해하고 반항적인 모습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시기에는 누구나 그런 심정적인 변화를 겪는다. 대다수 사람과 비슷한 행동, 생각, 성장과정을 보이고 있다면 정상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보통과 다르지만 정상인 경우도 있다. 달리기만 하면 항상 1등을 하는 아이, 수학시험에서 항상 100점을 받는 아이처럼 남다른 재능을 보이는 아이를 보고 비정상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정상, 비정상을 판단할 때는 바람직한 상태인가를 확인해야 한다. 재능, 성격, 신체적 조건 등이 적절한 균형 속에서 최고의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면 걱정할 것이 없다.

나이에 맞게 성장하고 변화하는가를 살펴봐야 한다. 아이들의 가장 큰 특징은 성장과 변화의 속도가 빠르다는 점이다. 나이에 따라 적절한 발달과정을 거치면서 환경과 사회에 적응하고, 독립적인 인격체로 성장해 간다. 성장과정에서 드러나는 행동문제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때로 그 변화가 매우 빠르게 느껴지더라도 잘못된 신호는 아니다. 나이에 맞는 능력 안에서 공부하고, 친구를 사귀며, 놀 수 있다면 지극히 정상적인 것이다.

대부분 부모들은 정신적 문제가 발생했을 때 '크느라고 그런가 보다' 정도로 여기고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늦되는 아이가 잘된다, 매를 아끼면 아이 버릇을 버린다, 버릇은 어릴 때부터 확실히 잡아야 한다는 등의 일반적 통념들이 어린이들의 정신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아이들의 정신 건강은 바로 옆에서 지켜보는 부모와 선생님 몫이다. 따라서 아동의 정신적 발달과정에 대한 실제적인 지식과 정상, 비정상을 구별할 수 있는 감각을 갖추어야 한다.


 

어린이는 어른과 다르다.


정상과 비정상을 가르는 기준은 일반적이어서 현실적인 상황에 적용하기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경험이 많은 전문가에게도 어떤 아이가 정상인지 비정상인지를 판단하는 일은 항상 조심스럽고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아이들은 어른과는 다른 특성 때문에 판단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무엇보다 정상적인 발달과 비정상적인 발달의 구분이 모호하다. 아이 대부분이 그날그날의 상태에 따라 일탈 행동을 순간적으로 보이다가 며칠 혹은 몇 달이 지나면 괜찮아진다. 아이마다 다른 성격과 자라온 환경까지 고려하면 아이의 행동이 심각한 문제인지 아닌지를 분명하게 결정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둘째, 아이는 자신의 정신적 문제를 깨닫고, 스스로 표현하지 않는다. 아이들에게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음을 발견하는 것은 부모나 교사들이다. 아이를 진단할 때도 당사자인 아이보다는 부모나 선생님의 의견에 많이 의존하게 된다. 그래서 초기부터 정확한 진단이 어려운 경우가 흔하다.

셋째, 아이가 성장하면서 정신적인 증세도 함께 변한다. 아이들의 성장과정은 단순하지 않다. 처한 환경에 잘 적응하는 것처럼 보이다가도 어느 순간 견딜 수 없이 힘들어하기도 하고,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였는데, 저절로 나아지기도 한다. 괜찮아 보일 때가 위험하기도 하고, 위험한 것처럼 보일 대가 지극히 정상일 대도 있다. 정신적 질병이 나타났을 때 괜찮아진 것처럼 보이더라도 먼 훗날 아이가 자라 어른이 되어서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넷째, 아동의 행동문제는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그래서 특정 상황에서 짧은 시간 동안 관찰하는 것만으로는 문제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집에서 아무 문제도 보이지 않는 아이가 학교에서는 말썽을 피우기도 하고, 집에서는 골치를 썩이다가도 학교에서는 정상적으로 행동할 수가 있다.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에 걸린 아동 가운데는 집이나 학교에서는 말릴 수 없을 정도로 난리를 치다가도 의사 선생님 앞에서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 얌전하게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아동의 정서, 행동의 문제는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하며 부모의 보고, 선생님의 진술, 의사의 진찰, 심리 평가 등의 과정을 통해서만 정확히 진단할 수 있다. 한두 번의 관찰이나 어머니의 보고를 듣고 진단을 내리면 오진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어떤 행동이나 정서적 문제가 오랫동안 아동의 일상생활과 학업, 친구관계 등에 큰 지장을 준다면 한번쯤 소아정신장애의 가능성을 의심해 봐야 한다. 더욱이 아동의 문제는 조기 발견, 조기 개입을 통해 이차적 피해를 방지하는 것이 원칙이므로 뒤늦게 후회하는 것보다는 초기에 전문가를 찾는 것이 현명하다.